업무사례
4년간 78회 연락, 스토킹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 사례
전 연인에게 약 4년에 걸쳐 78회 연락하여 스토킹 혐의를 받았으나, 검찰에서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례입니다.
Ⅰ. 사건의 개요
의뢰인은 전 여자친구에게 약 4년에 걸쳐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전화 등으로 총 78회 연락하였다는 이유로 스토킹 혐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연인으로 교제하다가 상대방이 해외로 교환학생을 떠나면서 연락이 뜸해졌고,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 맞는지 묻는 의뢰인의 물음에 상대방이 답하지 않으면서 별다른 정리 없이 헤어졌습니다.
이후 의뢰인은 교제 당시 자신의 태도를 후회하며 가끔 안부를 묻거나 미안한 마음을 전하였고, 시간이 지난 뒤 그동안의 감정을 장문의 메시지로 보냈습니다. 답장은 오지 않았고, 의뢰인은 주변의 조언을 듣고 마지막 인사를 담은 문자를 끝으로 연락을 중단하였습니다. 그 뒤 스토킹 피의자로 입건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Ⅱ. 사건 쟁점
핵심 쟁점은 78회라는 연락 횟수가 곧 스토킹범죄의 성립을 의미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는 스토킹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글이나 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등을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호는 이러한 스토킹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스토킹범죄로 규정하며,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따라서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할 것,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일 것, 그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세 가지 요건이 모두 갖추어져야 합니다. 판례는 일회성 내지 비연속적인 단발성 행위가 수차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스토킹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판단의 기준은 연락의 횟수가 아니라 그 연락이 이루어진 맥락입니다.
Ⅲ. 강창효 변호사의 조력
변호인은 경찰 조사에 입회하는 과정에서 담당 수사관이 78회라는 표면적 횟수를 근거로 이미 불리한 심증을 형성하고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연락을 거부한 사실이 있는지, 메시지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심리가 충분히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경찰 단계에서 설득을 시도하기보다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뒤 법리적으로 다투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송치 후 변호인의견서를 추가로 제출하며 세 갈래의 논증을 전개하였습니다.
1)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스토킹행위의 첫 번째 요건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할 것입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의뢰인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의사를 표시한 사실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2020년 6월경 통화에서는 기말고사를 마치고 연락하겠다고 하였고, 같은 해 8월경에도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상대방이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더라도, 의뢰인의 입장에서 상대방이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교제 당시 상대방에게는 갈등 상황을 회피하는 성향이 있어 문제가 생기면 연락을 잘 받지 않았고, 의뢰인이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관계가 회복되는 방식이 반복되었기 때문입니다. 변호인은 이러한 교제 패턴에 비추어 의뢰인이 상대방의 침묵을 거절이 아니라 유보로 해석할 여지가 있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논증하였습니다.
2)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내용이 아니라는 점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요구합니다. 대법원은 2023도10313 판결에서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의 태양, 주변 상황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의뢰인이 보낸 메시지의 내용은 교제 당시 자신의 태도에 대한 반성과 후회, 상대방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일관되어 있었고, 위협이나 협박의 취지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의뢰인이 사용한 일부 표현도 교제 당시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쓰던 방식의 연장이었을 뿐 공격적인 맥락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상대방은 의뢰인의 메시지를 차단하지 않았고 이를 읽기도 하였는데, 메시지가 실제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주는 것이었다면 차단이라는 간단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3) 지속성 또는 반복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
판례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라는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각 행위 사이에 일시와 장소의 근접, 방법의 유사성, 기회의 동일, 범의의 계속 등 밀접한 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회성 내지 비연속적인 단발성 행위가 수차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스토킹범죄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의뢰인의 연락은 크게 두 시기로 나뉩니다. 첫 번째 시기는 2020년경부터 2022년경까지로, 상대방이 연락하겠다고 한 말을 기다리며 간헐적으로 안부를 묻는 정도였고 연락 사이의 간격이 수개월에 이르렀습니다. 두 번째 시기는 2024년 12월경부터 2025년 1월 1일까지 약 한 달간으로, 이 기간에는 연락의 밀도가 높았습니다.
다만 의뢰인은 두 번째 시기에도 스스로 기한을 정해두고 있었습니다. 2024년 말 상대방에게 그해가 지나도록 답이 없으면 깨끗이 포기하고 연락처와 자료를 모두 지운 뒤 다시 나타나지 않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고, 2025년 1월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실제로 연락을 완전히 중단하였습니다. 스스로 중단을 선언하고 이를 이행한 사정은 스토킹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게 하는 요소입니다.
Ⅳ. 결과
검찰은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불기소결정서에는 약 4년 동안의 연락이 78회에 그치는 점, 상대방이 과거 의뢰인에게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있는 점, 메시지의 내용에 비추어 의뢰인이 주로 만남을 요청하거나 사과하기 위하여 연락한 것으로 보이는 점, 각 연락 행위의 기간과 시간적 간격, 표현 내용에 비추어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점이 근거로 기재되었습니다.
스토킹범죄의 성립 여부는 연락 횟수라는 단편적인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연락이 이루어진 관계의 맥락, 메시지의 내용, 상대방의 반응, 행위자의 고의를 종합하여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횟수에 주목하고 있을 때 그 이면의 사정을 법리와 증거로 정리하여 전달하는 것이 변호인의 역할입니다.